10월 7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쟁과 폭력의 현실을 강하게 비판하며 고통받는 이들과의 연대를 강조하는 연설을 발표했다. 그러나 연설에서 반복된 공감의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이 결여된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지도자로서의 책임감이 부족해 보인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저는 여러분과 함께합니다”라는 문구를 일곱 차례 반복하며 연대의 의지를 드러냈지만, 이는 감정적 위로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사회와 강대국의 무능함을 비판하면서도 교황 스스로 구체적 대안이나 행동을 제시하지 않은 점은 메시지의 일관성을 해친다. 특히 “비무장 평화의 증인”이 되라는 권유는 인상적이지만, 직접적인 중재나 평화 구축을 위한 실천적 노력에는 미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회의 연대 메시지와 실제 행동 간의 불일치는 역사적으로도 여러 차례 드러난 바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94년 르완다 대학살이다. 당시 교황청은 학살을 강력히 규탄하지 않았고, 현지에서 일부 사제들이 학살에 가담하거나 이를 방관한 사례들이 드러나며 교회의 도덕적 권위가 크게 실추된 바 있다. 이는 단순한 연대의 메시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실질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남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번 발언도 전쟁과 그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을 조명했지만, 상황을 바꿀 수 있는 리더십이 부재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에게 미치는 영적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과 행동의 불일치가 실망감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단식과 기도를 통한 평화 추구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으나, 복잡한 정치·군사적 현실에서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교황이 전쟁 피해자들, 특히 어머니와 어린이들, 난민들과의 연대를 강조했지만, 이러한 감정적 호소가 현실적인 변화를 가져올지는 불투명하다. 메시지가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 이러한 발언은 일종의 ‘감언이설’로 비칠 위험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사례는 국제사회의 연대와 실질적인 지원이 전쟁 억제와 평화 구축에 필수적임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인도적 지원과 군사적 도움으로 전쟁의 고통을 견뎌낸 것은 이를 증명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교황 역시 단순한 연대의 메시지에 머물기보다는 가톨릭 교회의 영향력을 활용한 외교적 개입과 구체적인 지원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수치스러운 무능력”에 대한 교황의 비판은 그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제기된다.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는 단순한 선언을 넘어서는 외교적·정치적 개입이 요구된다. 현재의 상황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한 시점임을 분명히 보여준다.